여행

달마가 땅 끝으로 간 까닭은? - 해남 미황사 템플스테이

GODPYOMAN 2022. 6. 7. 23:55

 오래전에 '맨손으로 선인장을 쥐고있으면 선인장이 나를 아프게하는건지, 그걸 놓지 않으려는 마음이 나를 아프게 하는건지요' 라는 글을 지나쳐가며 본 적이 있습니다. 최근 내가 겪는 고통은 '마음의 집착'이 나에게 주는 시련으로, 심지(心志)만 옳곧으면 겪지 않았어도 될 일이나 정(定)을 세우지 못한 채, 그러니까 내가 나를 모르고 버텼기 때문에 (또는 속였기 때문에) 겪을 수 밖에 없던, 그런 필연적인 것이지요.

 

내가 누구인지, 내가 따르는 것은 무엇이고, 무엇이 나의 기저인지 분명히 해야할 필요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시끄러운 이곳을 떠나 고즈넉한 곳으로, 혼탁을 버리고 올 만한 곳을 찾아나섰습니다.

 

 

달마고도 X G80

 

 

그리고 도착한 이 곳

달마대사가 수행을 위해 들렀다 간, 땅 끝 해남의 달마산 산자락에 위치한 미황사 입니다.

 

 

미황사 초입

 

 

제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1박 2일의 '휴식형 템플스테이'로, 최소한의 체험을 통한, 말 그대로 쉬었다가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해남 앞바다 & 진도

 

 

미황사는 부산의 용궁사 같이 바다가 보이는 전경을 가진 사찰입니다. 사진으로 봤던 풍경이 아름다웠기에 날씨가 좋길 희망했지만 안타깝게도 제가 선택한날은 장마가 시작되는날이었습니다.

 

 

휴식

 

 

체크인은 세시까지, 대부분은 자유시간이 보장됩니다만 지정된 공양시간과 예불에는 꼭 참석해줄 것을 요청받습니다. 예불은 필요에 따라 참석할 수도 안할 수도 있으나 기왕 템플스테이 온건데, 종교적인 이유 아니라면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불장

 

 

미황사의 숙소는 구축으로, 화장실과 샤워장은 외부의 별도시설을 이용해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에 휴식하기 좋습니다만, 공양간이랑 붙어있는 탓에 완벽하게 조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순 생활소음정도)

 

 

고무신과 운동화

 

 

법복(하의)와 고무신도 지급해줍니다.

 

 

이불과 베개

 

 

이불장안의 이불과 베개는 얇아 바닥취침이 불편하신분들은 좀 힘드실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을

 

 

깨닳음의 시작은 이곳에서, 바다를 바다보며 사색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첫 날, 저녁공양
이튿날, 아침공양

 

 

사찰음식은 오신채를 가미하지 않은 음식으로 예상되는것 처럼 슴슴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래서 좋았습니다.

 

 

법당
장마시작

 

 

이튿날 아침에는 조금 일찍일어나 우장쓰고 혼자서 사찰 내 산책을 돌았습니다. 새벽예불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며 아침공양만 한 뒤 조금 더 휴식을 취하다 체크아웃시간(12시) 보다 일찍 내려왔습니다.

 

 

휴식을 취하는 갓표보살

 

 사실 그렇습니다. 1박 2일 짧은 체험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가기란 쉽지 않지요. 뭔지 모를 고통으로 인해 심신의 안정이나 빠른 치유를 원한다면 근처의 심리치료센터나 정신건강병원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위에 썼던 것 처럼, 어쨌든 지금 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나에 대해 다시알아가는 것이고, '1박 2일의 템플스테이'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 '마중물'이 되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내가 무엇에 그렇게 집착하기에 마음을 쓰고있는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져보았습니다. 떼어놓고 보면 참 별거 아닌 일들인데, 내가 미련해서 그렇게 애만 닳고 있었나 봅니다.

 

 

5층 석탑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